나의 주장/사법 69

사법시험 존치를 할 것인가 폐지를 할 것인가

사법시험 존치를 할 것인가 폐지를 할 것인가 요즘 이 문제가 시끄럽다. 최근 대한변협회장 선거(직선)에서도 큰 쟁점이 되었고, 사시존치를 공약으로 내건 하창우 변호사가 당선되었으니 앞으로 더 논란이 될 것 같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사시는 희망의 사다리라고 하면서 존치론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에는 사시존치를 위한 수 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개진한다. 1. 사시존치의 이유인 '희망의 사다리'론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가 극심하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선두 그룹에 속한다. 이 양극화는 점점 구조화되고 있어 빈곤계층의 계층간 이동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계층이동의 방법으로 그간 사시가 해왔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로스쿨 체제는 기..

옛 이야기 그리고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부적합한 이유

방금 전 한강을 넘어왔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이란 거대도시, 이곳에서 나는 4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럼에도 서울이란 곳은 여전히 내겐 낯선 도시다. 잠시 눈을 감았다. 웬지 오늘은 옛날 생각이 발길을 잡는다.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가을의 일이다. 나는 변호사 초년생으로 그날 밤 한참 선배인 C 변호사님과 연수원 동기인 Y 변호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거기서 나온 말. “박 변호사, 변협회장 박승서 변호사가 강민창을 변호한 것 알아?” 금새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변협회장이 박종철군 사건 은폐주모자인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변호했다고요?” 이 대화는 나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였다. 그 다음날로 나는 박승서 변협회장의 퇴진 운동을 주도했다. 직접 퇴진 성명문을 썼고..

군인범죄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자

윤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한 마디!요즘 윤일병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군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군내부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를 근절시키는 묘안은 아니지만 차제에 관심 갖고 개혁의 움직임이 있길 바란다.몇 차례에 걸쳐 군사법개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본질은 고쳐지질 않았는데 군사법개혁을 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지금의 군사법체제는 독립성이 없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군사법기관에는 법률전문가인 군법무관이 있지만 그들도 명령과 지휘에 움직이는 군인일 뿐이다. 군사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도 지휘관인 관할관은 확인 과정에서 그것을 바꿀 수도 있는 게 현재의 군사재판이다.군 내부의 폭력사건은 근절되어야 하지만 하루 아침에 여론과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군검..

대법원 구성 너무 심각하다, 이대로 둘 수 없다

[대법원 구성 너무 심각하다, 이대로 둘 수 없다!] 나는 요즘 대법원이 우리 사회에 도대체 왜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최고사법기관의 최소한의 기능은 국민의 인권옹호가 아닌가. 또한 대법원은 사회분쟁과 갈등의 최종적 해결기관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대법원의 그런 기능은 파탄상태에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많은 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했다. 한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여 무려 25명이나 되는 무고한 노동자들을 자살로 몰고 간 사건에서 대법원은 결국 자본의 편을 들었다. 이번에 선고된 KTX 승무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거의 10년이나 끌어온 노동사건에서 원심 판결마저 뒤집고 끝내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이제 그들 노동자는 1인당 1억 원 이상의 빚을 지고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다. 대법원이 ..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법률가는 글을 못 쓴다? 이런 말씀을 종종 듣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그것은 법률가들의 독선적 성격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잘쓴 글은 미문이 아닙니다. 무슨 현란한 수식어를 붙이고, 말끝마다 고사성어를 사용하고, 여기저기에 세계적인 명사들의 어록을 들먹이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잘 쓴 글은 쉬운 글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타자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쓴 글이, 그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이해가 될까? 이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페북에 온통 세월호 이야기군요. 저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딴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건축물은 한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소위 문화유전자가 가장 잘 계승되는 분야죠.서초동 법원청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오래전부터 이 건물의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문명화된 민주주의 국가의 법원 청사 중 이 건물과 필적할만한게 있을까요. 한 마디로 서초동에 가면 가슴이 꽉 막힙니다.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은 서초동 교대역을 나가는 순간 허상이란 걸 깨닫죠.이 건물은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한 획을 긋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데 저는 왜 이분을 그리도 칭송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 분이 사실 과거 박종철..

사시존치 신중해야 한다

사시존치 신중해야 한다 변호사단체를 대표하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히 사시존치를 위해 맹렬하게 노력하고 있고,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대법원도 최근 사시존치가 논의의 대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정치권은 한 발 더 나가 적극 호응의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변호사단체, 정치권 그리고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음 사항을 고려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1. 사시존치를 한다면 어떤 사람들이 사시에 응시할 수 있을까? 앞으로 2년 후면 전국의 25개 로스쿨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법대졸업생은 완전히 없어진다. 그 상황에서 사시가 존치되면 누가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까? 예상되는 대상자는 우선 법학을 수학하지 않은 학부생 및 졸업생, 법학부를 가지고 있..

조용히 죽어가는 대한민국 사법부

조용히 죽어가는 대한민국 사법부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대통령의 현직 법관 사랑이 입증됐다. 물론 당사자야 인권위원장으로 가는 것을 크게 기뻐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라면 대법관을 원하지, 큰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임기 내내 구설수에 휩싸일 수 있는 인권위원장을 선호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의 내정을 수락했다. 아마도 대법관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 판단 아래 차선의 기회를 선택 했을 것이다. 오늘 내 관심사는 그 피내정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왜 그리도 법률가, 그 중에서도 현직 판검사를 좋아할까. 대통령은 법률가를 좋아해도 절대로 반골기질의 법률가를 좋아하진..

우리 로스쿨,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로스쿨에 있는 사람으로서 로스쿨의 현실을 보면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다.페북을 보면 로스쿨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아 내 의견을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쓸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읽는 분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한다.나는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로스쿨의 현재상황을 우선 설명하고,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 다음, 말미에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마디 하고 들어간다. 나는 원래 로스쿨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여러가지 문제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류는 내 뜻과 관계없이 흘러갔다.한 마디 더. 로스쿨 학생들은 나같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시 합격률을 높이라고, 목소리 내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