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70

전관예우의 그 악습을 이젠 끊어버리자

전관예우의 그 악습을 이젠 끊어버리자 아침에 지하철 역으로 가는 데 유난히 반짝이는 까만 세단 한 대가 눈에 띄었다. 뒷자리에 까만 정장의 신사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눈에 익은 사람이다. X 변호사. 얼마 전까지 검사장을 하다가 지난 번 인사 때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한 친구다. 저 친구는 지금 얼마를 벌까? 그 홍변호사와 비슷한 연배니 건당 수억을 벌까? 아니, 또 다른 홍변호사를 내가 몰라 보는 건 아닐까. 지금 법원과 검찰에 있는 법조인들이여, 제발 저 모습을 당신들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으로 그리지 말라. 부탁하노니, 현직에 있음을 자족하고, 부디 정년까지 그 직에서 최선을 다하라. 그 이유를 정녕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판사, 검사로 있다가 변호사로 전직해 건당 수억의 돈을 받는..

새 국회와 대법원 구성에 대하여

새 국회와 대법원 구성에 대하여 20대 국회가 여소야대가 됨으로써 대법원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관의 임명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대통령 의중에 따른 대법관이 탄생한다. 양승태 대법원이 지난 20 여 년 동안의 대법원 중 가장 보수적인 대법원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지난 두 정권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대법관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모두가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에서 탄생된 사람들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4명의 대법관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했다. 박대통령은 향후 임기 중 추가적으로 6명을 더 임명하게 되고, 그 중에는 대법원장도 포함된다. 만일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대법관이 임명..

검찰개혁, 청렴국가에서 배우자

[시론]검찰개혁, 청렴국가에서 배우자여야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 방안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상설특검제이든,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공직비리수사처 설치든 방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변화를 주어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해야겠다는 데에 찍혀 있다. 그런데 예상대로 검찰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검찰수뇌부는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안을 “검찰을 무력화·형해화하려는 시도”라고 하면서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먼 이국 땅 스웨덴에서 듣고 있는 나로서는 착잡하기 그지없다. 검찰수뇌부의 조직보호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중수부장을 지낸 분까지 이제 좀 고쳐보자는데도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검찰 말대로 99.9%의 사건에서 정의를 실현하면 무엇하랴. 0.1%의 사건에서 온갖 비..

법의 의미와 우리의 선택

[경향논단]법의 의미와 우리의 선택법을 공부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법의 진정한 의미를 최근에서야 깨닫기 시작한다. 고시공부를 할 때는 법은 주어진 것이라 생각해 법의 철학적 의미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학설과 판례를 외워 주어진 법을 해석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욱 학교에서 미래의 법률가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다보니, 법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법을 어설피 알 때는 빈곤은 무능하고 게으른 자의 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는 배를 곯으면서도 가게에 산더미처럼 쌓인 빵을 가져가지 않을까. 배가 고프면 손을 뻗어 그것을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는 포기한다. 왜? 법 때문이다. 그가 가게에서 돈을 내지 ..

무죄의 조건

[경향논단] 무죄의 조건지난 10월27일 한 노인이 대법원 1호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 재판장으로부터 짧은 한 마디가 들렸다.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은 올해 78세의 정원섭씨다. 실로 얼마만인가. 1972년, 그의 나이 39세에 일어난 사건이니 꼬박 39년 만이다. 법률가인 내가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간간이 정치적 사건에서는 30여년이 지난 다음에도 재심이 이루어져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지만 일반 형사사건에서 40여년이 지난 다음 재심에서 무죄가 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러니 이 사건을 한 개인의 감격으로만 대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조금 살펴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기록보존기간이 넘어..

당신이 체포 구금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당직변호사제도의 기원)

당신이 체포 구금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본업과 관련하여 한 마디 하자.사람이 살다보면 경찰서, 검찰청 한 번 안 가고 살긴 어렵다. 선량한 사람은 해당 안 될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경찰서, 검찰청에 가면 처음부터 주눅이 든다. 어제까지 검찰청에서 검사로 근무한 변호사도 검찰청사에 들어갈 때는 일약 갑의 기분에서 을의 기분으로 바뀐다고 한다. 게다가 체포되어 유치장 신세까지 져보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혹시나 체포 구금되었을 때 든든한 옹호자가 즉시 달려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변호사다. 이것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든든한 옹호자가 옆에 있어야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억울한 일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사법부, 민주주의 조종을 칠 것인가

[시론]사법부, 민주주의 조종을 칠 것인가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시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역사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 제1조는 규정하고 있지만, 건국 이후 오랜 기간 이 규정은 독재자들의 칼날 앞에 무력했다. 독재자의 하수인으로 그 칼자루를 들고 설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정보기관이었다. 중앙정보부를 필두로 이름만 바꾸어온 이 정보기관은 선거 때마다 정치공작을 감행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했다. 민주화의 성과로 이런 범죄행위는 사라진 듯했으나 2012년 국정원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에 맞는 역사적 사건을 일으켰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국정원 댓글사건의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여러 범죄사실을 ..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회와 법조인분들께 이 글이 꽤나 파문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 특히 법조인 여러분들께 저의 충심이 전달되길 바랄뿐이다. [1] 사시존치와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 나는 몇 차례 이곳에 의견을 올린 적이 있다. 간단하게 내 의견을 정리하면 이런 것이었다. 1. 로스쿨이 도입되었지만 수다한 문제가 있다. 로스쿨에서 유능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은 지금 상황으론 어렵다. 로스쿨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로스쿨은 개혁되어야 희망이 있다.2. 그 중에서도 수업연한이 짧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폐지된 법학부의 부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3. 사시존치론자의 주장도 경청해야 하지만..

최고의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최고의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법조계 들어온 지 30년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변호사 일을 안 해도 지인들로부터 종종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 좋은 변호사라? 그게 어떤 변호사인가?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양심을 걸고 이런 변호사야말로 제대로 된 변호사니 당당히 추천할 수 있는 변호사, 그가 누구인가?생각해 보니 몇 부류의 좋은 변호사가 떠오른다. 그 기준은 변호사가 가져야 할 품성 혹은 덕성이었다. 몇몇 변호사 중에는 아래에서 제시하는 여러 품성을 동시에 갖기도 했지만 어떤 변호사도 그 전부를 갖진 못했다.만일 그 전부를 가졌다면 당사자로서는 생애 최고의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겠지만 그 변호사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세상사에서 완..

파탄주의 도입을 위한 두 방향

파탄주의 도입을 위한 두 방향 며칠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혼사건에서 파탄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로부터 파탄이 판명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로의 판례변경을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종래 판례를 유지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파탄된 부부라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하는 수없이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오늘 내 관심사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의 주요 논리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향후 방향이야 파탄주의로 가는 게 맞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다. 우리 법제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면,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