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44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읽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읽다 88올림픽도로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다 보면 우람하게 서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여러분은 그 건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마디를 합니다. “저 국적 없는 의사당 건물을 보라.” 국회의사당이 준공된 것은 1975년. 당시 몇 몇 건축가들이 이 의사당 건축에 참여하여 설계안을 제출했습니다. 결국 최종안은 몇 작품이 절충되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어떤 응모작품에도 돔 설계는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돔이 들어간 것은 건축가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당시 건축에 참여했던 건축가들은 원 설계가 평지붕인데 어떻게 거기에 돔을 올리냐면서 극력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권력자들의 귀에 ..

만년필과 잉크에 담긴 추억

만년필과 잉크에 담긴 추억 내 책상 속에는 귀한 만년필 한 자루가 있다. 가격도 꽤 나가겠지만 내겐 추억이 가득 담긴 만년필이다. 나는 그것을 특별한 경우에 사용한다. 내 저서를 누구에게 선물할 때, 마음먹고 손 편지를 쓸 때... 이 만년필에 사용하는 잉크 또한 특별하다. 자그만 치 17년이나 된 잉크다. 살 때도 수퍼 블랙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농도는 더욱 더 진해졌다. 수퍼 수퍼 수퍼 ... 블랙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아주 옛날이야기다. 내가 사법시험 수험생활을 한참 할 때이니 33-4년 전의 일이다. 그 때 내 주변에는 A라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선후배 누구로부터도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던 사람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그 선배와 같이 공부하고 함께 잠을 잤다. 그 선배의 영향을..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승효상 선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이다. 그의 인문적 정신은 기능주의에 함몰된 다른 건축가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문필가로서의 능력도 탁월하다. 그의 글들은 마치 예술적인 건축물을 보는 듯 탄탄하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로서는 유감스런 점도 많다. 특히 그의 스승에 대한 경모는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의 스승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라 불린 김수근.그가 남긴 건축물은 척박한 대한민국 현대건축사 속에서도, 하나의 자존심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늘 승효상 선생은 경향 칼럼을 통해 자신의 스승에 대해 최고의 헌사를 썼다. 스승은 암울한 시대의 거장이었으며 선각자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스승을 알아주지 않는 이 시대를 원망했다. 스승이 설계한 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하여> 나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맑스 말하길 세상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만 했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했는데 내가 그 꼴인 것 같다만...).나는 오래동안 인권의 발전이 어떤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발견한 매우 중요한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다 들으면 싱겁다 할 것이지만)복잡한 설명을 쉽게 하는 방법은 예를 드는 것이다. 다음 상황을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상황(1990년 초) 변호사 갑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A를 변호하고 있다. 갑은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A를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 그런데 변호인 접견실에 가보니 교도관 을이 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