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63

2023 미국여행 2(신들의 정원, 그랜드 서클의 비경)

이번 여행 우리 가족의 첫번째 여정은 유타주와 아리조나주 경계의 대표적 케니언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 지역을 미국인들은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이라고 부른다. 그랜드 서클은 미국의 국립공원이 밀집된 록키산맥이 끝나는 남서부 지방, 곧 유타, 아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및 네바다가 만나는 광대한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에는 10여 개의 국립공원이 밀집되어 있는 바,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 힘든 절경을 자랑한다. 이 지역은 원래 해수면 아래에 있던 지층이 융기되어 높은 산맥을 형성하고 거기에 빙하기를 거친 다음 침식을 거듭해 수많은 계곡이 만들어진 곳이다. 지질은 철분이 다량 함유된 토사가 콜로라도 고원으로부터 밀려와 굳어진 붉은 사암지형이 많다. 이 사암은 수억, 수천만 년의 기간 동안 ..

2023 미국 여행 1(소회)

나는 여행을 중시한다. 책으로 지식을 쌓고, 운동을 해 단단한 몸을 지녔다 해도 여행이 없다면 공허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지식과 몸이 혼연일체가 됨을 느낄 때 성숙한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살지만 지난 4년간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코로나 때문이었고, 3년간 공직 수행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올 2023년 여름은 특별하다. 4년간의 휴지기를 깨고 다시금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때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미국 여행을 계획했다. 아마 딸이 미국에서 살지 않았다면 이 계획보다 다른 계획을 세웠을 지 모른다. 딸이 결혼해 미국에 간지 4년이 되었지만 한번도 가보질 못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딸도 사위도 공부하러 간 사람들이라 미국에 살면서도 여행다운 ..

또 하나의 세상의 중심, 마라케시

마라케시를 가게 된 연유 나는 법률가로 이 작은 땅 대한민국에서 살지만 머릿속은 언제나 세계를 유랑한다. 시간이 나면, 기회가 있으면 배낭을 메고 세계를 누빈다. 그곳에서 다른 문화를 접하고,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나 자신을 확인한다. 잠시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금새 그들도 나의 형제요 자매다. 그 속에서 '보편인으로서의 나'를 확인한다. 그런 내가 지난 3년간 어딜 나가보질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무든 휴가든 대한민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저 책상 앞에서 일만 하는 수밖에.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분명 3년 내내 사건 속에 파묻혀 산 코로나 인권위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년 간 인권위 역사에서 나처럼 일해 온 인권위원은 없었을 것..

발틱 제국을 가다(4)

탈린 유럽의 문화의 수도라고 하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이 아름다운 도시를 간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 우리 발틱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탈린이다. 7월 11일 오후 일행은 탈린에 입성했다. 탈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12세기 이전의 이곳 역사는 잘 알려지 있지 않다. 유럽 역사에서 분명한 기록은 13세기 초 이곳이 덴마크의 영토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탈린은 덴마크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탈린에는 덴마크인들이 만든 성벽 등이 남아 있어 그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 덴마크 이후 이곳을 지배한 이들은 북구의 중세사에서 이름을 떨친 튜톤 기사단이다. 기록에 의하면 14세기 중반 덴마크는 탈린과 그 인근 영역을 튜톤 기사단에게 팔았..

발틱 제국을 가다(3)

빌뉴스를 돌아 본 다음 우리 일행은 시내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트라카이로 향했다. 이곳은 빌뉴스가 수도로 정해지기 전에 수도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리투아니아의 고도 중의 고도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지금 국립공원인데, 큰 호수 한 가운데에 붉은 지붕의 성이 하나 우뚝 서 있다. 그것이 바로 관광의 핵심 트라카이 성이다. 이 성은 14세기 말에 리투아니아의 지배자 비타우타스가 건립한 것인데 15세기 초 베네딕트 수도사들에게 주어 버렸다고 한다. 그 후 수 세기에 걸쳐 재건축에 재건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유럽에서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성으로서는 유일한 성이라고 한다. 트라카이 성으로 가기 전에 한 마을을 지난다. 카라이마 마을이라고 하는데 14세기 흑해 지역에서 일단의 터키인들이 이곳으로 ..

발틱 제국을 가다(2)

2차 대전 중 히틀러의 비밀 요새는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다. 그 중에서 볼프스산체는 가장 유명한 곳이다. 히틀러는 소련 침공 이후 이곳에서 800일을 머물면서 전선을 지휘했다. 이곳은 천연의 요새이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당시 소련 국경과는 80킬로미터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고 주변에는 마주리아 호수 등이 있어 물을 얻기 쉬울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천연의 장벽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주민의 수도 많지 않았고 이미 독일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도 독일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평지이지만 울창한 숲이기 때문에 요새를 숨기기에는 적격이었다. 가이드 매트가 볼프스산체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곳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와 같이 여행하는 분들 대부분이 65세 이후의 노인들인데 가이드의 설명..

발틱 제국을 가다(1)

벌써 오래 전 일이다. 10년이 지나 가고 있으니. 나의 룬드시절(2012-2013) 발틱 국가(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여행한 일이다. 2013년 여름 귀국을 앞두고 동료교수 두 분과 함께 발틱 국가를 여행했다. 나는 이 여행을 위해 연구소 근처의 여행사 창가에 붙은 가격표를 매일 점검했다. 봄철 어느날 여름에 떠나는 발틱 여행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 이야기인즉, 연중 가장 싼 가격(지금 기억인데 8박9일에 60만원 정도)에 예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학교의 두분 교수(최태현, 김차동)에게 알리면서 발틱여행을 권했다. 이분들과는 이미 몇 곳(실크로드, 터키, 이집트)을 함께 여행했기 때문에 발틱여행도 죽이 맞을 것 같았다. 긍정적인 답신이 왔고 나..

토스카나를 가다(2)

피렌체 피렌체! 지난 해(2011) 초 처음으로 간 이래 일년만에 두번째 방문이다. 두번째 방문이라 산타노벨라 역에서 내려 시내까지 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두오모는 역시 위엄스런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시즌이 되어서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성당 주변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에는 쿠폴라에 오르자 하는 마음으로 매표소를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줄 선 이들이 모두 올라가려면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포기. 좀 아쉽다. 점심은 작년 이곳에 와서 몇 번 가본 단테의 집 근처 식당에서 하기로 하고 그곳을 찾았다.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나의 끈기로 찾아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1년 전 이곳에서의 식사를 생각했다. 피티궁을 향했다. 피티궁은 1458년 메디체가의 경쟁자..

토스카나를 가다(1)

나는 룬드시절(2012-2013) 가급적 많은 여행을 하고 싶었다. 스웨덴에 간 것이 놀러 간 것이 아니기에 본업인 연구야 성과를 내야 하지만(참고로 나는 1년간 두 개의 논문을 쓰기로 계획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귀국 전에 두 개 논문을 완성해 학회지에 실었다) 틈틈히 유럽 이곳저곳을 다닐 계획을 세웠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한 번은 3박 4일 혹은 5박 6일 정도의 여행을 할 수가 있는데 그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유럽에 있다는 것은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여행지를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력만 있다면 단 돈 몇 만원이면 내가 평생 로망으로 생각해온 여행지를 갈 수 있는 항공편이 있었다. 나는 심심할 때 라이언 에어와 이지 제트 항공편을 살펴보았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를 가다

나는 룬드시절(2012-2013) '스웨덴 일기'라는 것을 썼는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밤 자판을 두드렸다. 내가 경험한 것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가급적 자세히 정리했다. 이 글도 '스웨덴 일기' 중에 나오는 것이다. 2013년 5월 폴란드 브로츠와프를 다녀와 쓴 글이다. ------ 5월 2일-7일, 5일간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를 다녀 왔다. 말뫼 공항에서 출발하는 라이언 항공사의 티켓 값이 왕복 270 크로나,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었다. 5일간 브로츠와프에 머물면서 도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목욕(대중탕)도 두 번이나 했다. 건축사적으로 유명한 백주년 기념관은 세 번이나 다녀왔다. 브로츠와프는 폴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과거 실레지엔의 수도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