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73

역사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다

역사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다-기억, 그것은 산 자의 의무-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구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87년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31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나는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몇 달 전 가을 결혼을 했으니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을 때다. 연수원을 졸업하면 바로 군대에 가야 할 처지니 마음은 신숭생숭. 하지만 살아 온 인생 중 가장 여유가 있을 때였다. 그러던 중 1월 어느 날 박종철이 죽었다. 조사 중 고문을 받다가 죽은 것이다. 경찰 수뇌부가 필사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지만 뜻한 대로 되지 않았다. 하나하나 진실이 드러났고 그것은 민주화 열기로 이어져 분노의 정점을 향해 달렸다. 박종철의 죽음과..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이란 무엇인가.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주 의회 건물 앞에서 긴 여행을 마치고 어제 밤 도착했습니다. 오스틴-달라스-서울, 장장 20시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곤히 잠에 들었습니다. 이제 깨어보니 예나 지금이나 같은 새벽 4시. 벌떡 침상을 박차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여행은 내게 무엇이었던가. 제가 쓴 글 중 한 부분이 생각 나 찾아 옮겨 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독서해서 건강한 정신을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여행을 함으로써 자유인이 되자고 말했습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다.’ 세상과 자연은 어쩜 거대한 책이다. 그 책을 읽는 게 여행이다. 이것은 독서를 통해 머리에 입력된 것을 현실 속에서 내 눈으로, 내..

미국의 땅끝마을에서 헤밍웨이를 만나다 -미국 최남단 섬 키 웨스트를 가다-

미국의 땅끝마을에서 헤밍웨이를 만나다-미국 최남단 섬 키 웨스트를 가다- 키 웨스트는 마이애미에서 1번을 타고 끝까지 가면 도착하는 미국 최남단 섬이다. 미국이란 곳은 넓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텍사스 주 같이 큰 주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그 광대함에 주눅이 들 정도입니다. 일 개 주가 한반도의 3배나 된다니 그 크기를 짐작하겠지요. 저는 미국 남부 이곳저곳을 지난 두 주 동안 자동차로 누볐습니다. 돌아본 곳을 전부 소개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만, 오늘은 그 중에서 제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 한 곳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플로리다 반도의 남단에 위치한 키 웨스트(Key West)란 섬입니다. 키 웨스트, 조그만 구능조차 없는 평지다. 사진 위키피디아 며칠 전 플로리다를 북에서 남으로 달려 반..

나와 이웃 그리고 세계와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곳 로스코 채플을 찾다

나와 이웃 그리고 세계와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곳로스코 채플을 찾다 로스코 채플 1.여기는 휴스턴입니다. 이 글을 휴스턴의 한 작은 호텔에서 씁니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자니 한 곳이 유난히 생각납니다. 잊기 전에 그곳을 꼭 정리해야겠습니다. 요즘 제 기억력으론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으니까요. 나이 먹어 가니 확실히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이제까지 기억력 하나로 버텨왔는데... ㅎㅎ 뭐 다른 수가 있겠습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쓰고 정리해 두는 수밖에 없지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휴스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야겠군요. 휴스턴은 텍사스 주의 동쪽 멕시코 만에 가까운 항구도시입니다. 다만 항구도시라고 해도 멕시코 만에 직접 면해 있는 해안 도시는 아닙니다. 운하를 파서 멕시..

오사카 거리의 이상한 줄의 정체

오사카 거리의 이상한 줄의 정체 . 저는 지금 오사카 중심 우메다 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시내를 돌아다닙니다. 현재 오사카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태풍이 올라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오늘 비행기가 제대로 뜰까요? . 방금 전 있었던 일인데 조금 우습군요. 추억이라 생각하고 커피숍에 앉아서 글을 씁니다. 11시 조금 넘어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비를 맞고 줄을 서 있었습니다. 조그만 음식점 앞. ‘아, 여기가 오사카의 맛집이구나’, 직감했지요. . 제가 누굽니까? 이런 데는 절대로 놓치질 않는 사람입니다. 저도 무조건 줄을 섰습니다. 아직 줄이 길지 않으니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사카 맛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몰려 ..

칸칸도릿츠의 중심 칸사이대학

칸칸도릿츠의 중심 칸사이대학 칸사이대학 정문 나는 지금 오사카 칸사이대학에 와 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칸사이대학 법학부와의 정기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두 대학의 교류회가 매 해 서울과 오사카를 오가며 학술행사를 한지 20년이 되었으니 의미 있는 행사다. 나는 2006년 학교로 옮긴 이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니 간사이대학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미 서너 차례가 넘는다. 2007년 4월 1일엔 이곳 법학부가 신학기를 맞이해 마련한 특별강연 강사로 나를 초대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때 나는 강연장에 참석한 800명이 넘는 법학과 신입생을 보고 매우 놀랐다(우리나라와는 달라 일본의 주요대학 법학과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현재 칸사이대학의 법학과 규..

오대산 물소리와 달빛 속에서 나를 찾다

오대산 물소리와 달빛 속에서 나를 찾다 . 오대산 월정사 이번 방학 이런저런 회의에 불려 다니다 보니 먼 길을 떠날 수가 없다. 삼복더위와 번잡한 일에서 잠시라도 해방되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시간은 자꾸 가고... 며칠 후부터는 개학 준비도 해야 하는데... 아쉽기 그지없는 2017년 여름이다. . 그런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지난 며칠 서울을 떠나 있었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며칠을 보내고 왔다. 생각해 보니 절만한 곳이 없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청정도량에 잠시라도 있다 보면 내 몸과 마음속에 붙어 있는 티끌과 먼지는 청류청풍에 깨끗이 씻겨 감을 느낄 수 있다. . 월정사 초입의 오대산 계곡(상), 월정사 일주문을 통과한 뒤 절로 들어가는 전나무 길 내가 불자인가? 아무리 봐도 그렇..

사진으로 보는 도쿄

사진으로 보는 도쿄 요즘엔 어딜 가도 사진을 많이 찍는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순간적으로 남겨야 할 장면이라 생각되면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이번 도쿄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만에 가는 도쿄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피사체는 여전히 많았다. 이곳에 그 일부를 간단한 메모와 함께 남긴다. 나는 저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히비야 공원 1903년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이다. 아마도 일본의 선각자들이 영국 런던 등지에서 본 공원에 큰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황궁 근처에 소재하며 주변엔 관청가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쿄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나무들은 이미 수령 100년을 넘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런던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일본방문기 17-5 One of Founding Fathers -내 인생의 두 장면-

일본방문기 17-5One of Founding Fathers-내 인생의 두 장면- 이번 일본 방문기를 마무리하면서 빠트려서는 안 될 일이 있다. 6월 22일 나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아카사카의 한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슴은 뛰고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날이다. 한일 한센변호단 변호사들이 이날 도쿄에서 행사를 치르고 저녁 식사를 하는데 합류한 것이다. 수상 관저 건너편 고층건물 27층에 자리 잡은 식당은 어느새 도쿄의 야경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한일 한센변호단 모임이 열린 아카사카의 식당에 본 도쿄의 야경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박영립, 조영선 변호사를 비롯한 한국 변호단, 도쿠다, 쿠니무네 변호사를 비롯한 일본 변호단, 거의 30여 명의 한일변호사들이 한 자..

일본방문기 17-4 사진으로 보는 도쿄

일본방문기 17-4 사진으로 보는 도쿄 요즘엔 어딜 가도 사진을 많이 찍는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순간적으로 남겨야 할 장면이라 생각되면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이번 도쿄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만에 가는 도쿄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피사체는 여전히 많았다. 이곳에 그 일부를 간단한 메모와 함께 남긴다. 나는 저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히비야 공원 1903년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이다. 아마도 일본의 선각자들이 영국 런던 등지에서 본 공원에 큰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황궁 근처에 소재하며 주변엔 관청가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쿄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나무들은 이미 수령 100년을 넘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런던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