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73

일본방문기 17-3 <범죄추정시각> 원죄를 낳는 일본 형사사법절차를 고발하다 -이가라시 변호사님에게 드리는 헌사-

일본방문기 17-3 원죄를 낳는 일본 형사사법절차를 고발하다-이가라시 변호사님께 드리는 헌사- 이가라시 후다바 변호사의 추리소설 , 이 소설은 일본에서 발생하는 소위 원죄사건(사건 용의자가 고문 등을 받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유죄가 된 사건)을 추리소설화한 것이다. 일본의 후진적인 형사절차와 인권침해를 이 한 권의 소설로 고발한 것이다. 이번 강연이 끝난 후 이가라시 변호사가 내게 한 권을 가지고 와서 나는 호텔에서 단숨에 읽었다. 소설의 저자로 된 사쿠 다스키는 이가라시 변호사의 필명임 일변연 초청 강연을 마치고 일본 변호사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헤어질 무렵 이가라시 변호사가 가방 속에서 책 세 권을 꺼내 내게 내 놓는다. 모두 그가 쓴 책들이다. 두 권은 형사법 관련..

일본방문기 17-2 열정을 불태운 일변연 강연 -공부하고 기록하는 일본인-

열정을 불태운 일변연 강연-공부하고 기록하는 일본인- 얼마만인가. 가슴 뿌듯한 몇 시간을 보냈다.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드디어 끝났다. 우레 같은 박수가 들렸다. 나의 일변연 특별강연(한국에서의 수사절차 변호인 참여권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이 끝난 것이다. 히비야 공원에서 관청가를 찍었다. 위 건물 중 왼쪽에서 두번째 건물이 일본변호사 통합빌딩이다. 거기에 일본변호사연합회를 비롯 동경변호사회, 동경제1변호사회, 동경제2변호사회가 들어서 있다. 6월 23일 강연은 오후 다섯 시 간단한 준비모임을 한 다음 6시부터 시작되었다.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한 뒤 한 시간 반 동안 Q/A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 늦은 저녁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일본방문기 17-1 시간은 갈 것이고 밤은 또 올 것이다 -데이코쿠 호텔에서-

시간은 갈 것이고 밤은 또 올 것이다-데이코쿠 호텔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면 괜히 자랑한다고 할 것 같아서 조금 주저되기도 하지만 집을 떠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 준다면 그런대로 들을만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변호사 초년시절 꽤나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까마득한 옛 일 같기도 한데 거침없는 한 시절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에 들어가 돈 버는 변호사는 되지 못했지만 그 대신 그곳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많이 했다. 데이코쿠 호텔. 1890년 오픈한 이 호텔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이름 자체가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 '제국'이다. 지금도 오쿠라, 뉴 오타니 호텔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이다. ..

40년 전으로의 여행

40년 전으로의 여행 점심을 빨리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11시 반쯤 연구실을 나섰다. 혼밥을 하는 날은 이렇게 일찍 식당에 가야 주인 눈총을 덜 받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학교 뒤 사근동으로 향했다. 그곳 명희네 집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때우고, 근처 베이루트에서 즐겨 마시는 카페 라테를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근동 거리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사근동에서 지대가 높은 한양대 부속고등학교 쪽에서 바라다 보는 사근동, 한양대 뒤에 있는 후미진 동네다. 나는 그 때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내가 처음 서울에 온 날, 처음으로 학교에 간 날, 학교에서 시골 촌뜨기가 처음 맞이했던 그 황망했던 일... 그게 정확히 44년 전 일인데... 커피를 한 잔 하고 내가 이곳 사근동에 처음으로 ..

도심 속의 쉼터, 서울성공회대성당

도심 속의 쉼터, 서울성공회대성당 성당 입구 에서 본 성당 전체 모습, 이중벽체의 로마네스크식, 영국 성공회 교회에서 자주 보는 중앙탑이 보인다. 빨리 정치의 계절이 갔으면 좋겠다. 눈만 뜨면 문모닝, 안모닝... 나 자신도 그 속의 일부가 되어간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영혼 속의 평화를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시청 근처에서 회의가 있어 나가는 길에 성공회 서울대성당을 들렀다. 가끔 가보는 곳이지만 찬찬히 성당 전체와 그 내부를 본 적이 없다. 오늘은 한 번 이 성당을 제대로 보리라. 주변을 둘러보고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아, 도심 속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이곳은 성소이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심의 쉼터다. 성당 뒤 앱스 성공회는 영국의 국교회라고 하는 Anglican Church 가 한..

살곶이 다리에서

살곶이 다리에서 서울 사는 사람 중에서도 이 다리를 모르는 이가 많다. 살곶이 다리. 한양대학교 캠퍼스 바로 옆으로 청계천과 중랑천이 흐른다. 이 두 개의 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강 쪽으로 200여 미터 더 내려오면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돌다리가 있다. 그게 바로 살곶이 다리다. 성동교에서 바라다보는 살곶이 다리. 왼쪽 건물이 한양대 FTC 건물이고, 오른쪽 도로가 동부간선로이다. 조선시대 살곶이 다리는 저 다리 중 왼쪽 부분만이다. 오랜만에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성동교를 건너다가 살곶이 다리가 눈에 들어와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갑자기 머릿속에선 40년도 훨씬 넘은 흑백 필름이 돌아가고 있었다. 때는 1973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저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서울이란 곳으로 올라왔다. 우리..

영국이야기 40 대화재, 런던의 오늘을 만들다

영국이야기 40(최종회)대화재, 런던의 오늘을 만들다 이제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영국이야기 마지막 회다. 내게 영국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영국에서 잠시 살면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이 글을 써왔다. 이건 어쩜 교수라는 직업에서 오는 약간의 강박관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놀아서는 안 된다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그래서 한 시도 쉬지 말고 써야 한다는 의식이 내게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모든 게 귀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다른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느낀다는 것, 우리가 이렇게 소통하고 있다는 것... 그 모든 게 귀하다. 시인 정현종이 말하는 '모든 게 꽃봉오리'인 것이다. 40회에 걸친 글은 ..

영국이야기39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취

영국이야기 39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취 -5개월간의 런던 공원 관찰 보고기- 런던을 알면 알수록 이 도시에 매료된다. 2천 년 역사의 긴 터널을 통과해 온 이 도시에 이방인인 내가 잠시라도 머물렀다는 것은 기쁨 중의 기쁨이다. 이 도시의 매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길거리를 지나가는 런던 시민을 잠시 세운 다음 이런 질문을 해보자. “당신은 런던 시민으로서 런던의 무엇이 가장 좋습니까?” 이 질문에 런던러(Londoner)들은 무엇이라 답할까? 런던엔 자랑거리가 넘치니 사람마다 다른 답을 말할 지 모른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과 미술관? 아름답고 당당한 궁전? 고풍스런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템즈강변?.... 하지만 내 예상으론 십중팔구 런던을 제대로 아는 런던러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그건..

영국이야기 38 튜더왕조를 그린 어느 외국인 화가

영국이야기 38튜더왕조를 그린 어느 외국인 화가 내가 이 사람에 대해 한 번 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국에 와서 몇 몇 미술관을 돌고 나서다. 익히 아는 화가였지만, 외국인인 그가 이렇게 많은 영국인 초상화를 그린 줄은 몰랐다. 유럽의 절대왕정에서 궁정화가로 알려진 사람은 여럿 있지만 이 사람만큼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 고관대작을 집중적으로 그린 사람은 흔치 않다. 아마도, 이 사람보다 꼭 100년 후에 활동하는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 정도가, 이 사람과 비견되는 화가일 것으로 생각한다. 한스 홀바인 자화상(1542). 홀바인이 죽기 직전 그린 자화상이다. 이 사람이 바로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 1497-1543)이란 화가다. 홀바인을 제대로 소개하기 ..

영국이야기 37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장, 런던 뉴몰동

영국이야기 37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장, 런던 뉴몰동(New Maldong) 런던의 작은 한국 뉴몰동런던에서 와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니 죄다 뉴몰동이란 곳을 다녀왔단다. 거기 가면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미장원, 수퍼마켓이 있어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에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런 곳을 런던에 온지 4달이 넘도록 가보질 못하다가 성탄절을 코앞에 두고 며칠 전 드디어 다녀왔다. 마침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교민 한 분과 점심 약속을 했던지라 겸사겸사 가게 된 것이다. 뉴몰든 역, 런던 워털루 역에서 기차를 타면 20분 만에 이곳 역에 도착한다. 뉴 몰동(New Mal洞)이란 곳은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 강 남서쪽에 있는 뉴 몰든(New Malden)을 말한다. 런던 워털루 역에서 기차를 타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