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73

영국이야기26(박물관6) 시계와 근대성

영국이야기 26(영국박물관이야기6) 시계와 근대성 -우린 시간의 노예다- 우리는 시간의 노예다. 시간이 되면... 일어나고, 밥을 먹고,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잠을 잔다. 우리의 모든 삶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가 시간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통제한다. 이 노예적 삶을 일시적이라도 회피하고픈 날이 휴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늦잠을 자고, 아침을 건너 띄고, 브런치를 즐기고, 늦은 오후 느린 산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 십 년 시간에 의해 통제된 우리 몸은 이미 시계가 되어 있어 휴일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이게 바로 근대인의 모습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근대인이 되었을까? 미셸 푸코는 근대의 의미를 규율에서 찾..

영국이야기25(박물관5) 계몽주의와 영국박물관

영국이야기 25(영국박물관이야기5) 계몽주의와 영국박물관 영국박물관 1번방, 이곳에서 계몽주의 산물로서의 영국박물관의 설립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반적인 영국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참 동안 영국박물관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오늘은 내가 있는 런던대학 바로 옆의 영국박물관에 대해 말해보자. 오늘 이야기는 어떤 특정 전시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영국박물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이 이야기는 원래 이 시리즈의 2번째 정도 나왔어야 할 것이었다). 나는 지난 2달 동안 이 박물관을 10회 이상 가 보았다. 갈 때마다의 느낌? 한마디로 헤아릴 수 없는 그 많은 소장품에 기가 질린다. 가기 전엔 무언가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가는 족족 머리가 어지러워 길을 잃고 만다. 도대체 ..

영국이야기 24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영국이야기 24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템즈강 가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바라보며- 런던 템즈강 변 엠반크먼트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 불리는 오벨리스크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아니, 누구보다 센 사람이다. 내 성격상 선진국에 왔다고 주눅이 들 사람이 아니다. 나도 알고 보면 애국적이다.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한국 자랑하느라 입에 거품을 내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영국이야기를 하면서 마냥 영국 좋다는 소린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런던에 와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솔직히 이곳이 부럽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진국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영국의 화려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우리의 그것들과 비교해서 낫기 때문만이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 세계를 호령..

영국이야기 23 도서관이 살아야 학문이 산다

영국이야기 23 도서관이 살아야 학문이 산다 영국도서관, 바로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도서관은 1753년 영국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그 하나의 소속으로 설립되었다. 1973년 영국박물관에서 독립해서 킹크로스 역 근처에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재개장했다. 내가 우리나라 도서관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그 많은 도서관의 장서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학교 도서관이나 국립도서관처럼 대형도서관에 있는 장서 중에는 단 한 번도 대출이 안 된 책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게 왜 그럴까? 도서관이 책을 찾아 읽는 장소가 아니라 그저 시험 공부하는 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의 대부분 도서관의 민낯이다. ..

영국이야기 22 사진으로 보는 삶과 죽음

영국이야기 22 사진으로 보는 삶과 죽음 룬드 공원묘지 주말을 맞이해 잠간 나들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스웨덴 룬드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0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한 열흘 전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 항공요금을 검색해 보니 왕복 요금 27파운드짜리 표를 발견하고 당장 사버리고 말았지요(이 가격이 임박해서는 열 배 이상이 됩니다). 그래도 명색이 외국을 가는 데 왕복 4만원! KTX 서울-부산 편도요금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룬드는 제가 몇 년 전 1년간 살았던 곳입니다. 북구에서 가장 큰 대학인 룬드대학이 있는 교육도시입니다. 중세 시절엔 북구에서 가장 큰 종교도시였지요. 시내 한 가운데에는 북구를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룬드성당이 있습니다. 룬드 이..

영국이야기 21 서울 지하철이 그리운 런던 지옥철

영국이야기 21 서울 지하철이 그리운 런던 지옥철 영국박물관 근처의 홀번역의 저녁 시간, 승객들이 역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렇게 역사 바깥 인도를 점령하고 있다. 매일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한국의 그 무엇인가이다. 내 머리속에선 언제나 비교에 비교를 한다. 조선인 유길준은 1885년 이곳 런던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했을 무렵 런던에는 이미 지하철이 개통되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라인을 포함해 4개 라인이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유길준은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난 2016년 또 한 사람의 유길준은 런던 이곳저곳을 다니며 생각에 잠긴다. ......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우리 눈에는 불편하기 그지 없는 것도 여럿 있..

영국이야기 20 영국식 펍 한국에선 안 될까?

영국이야기 20 김영란법 시대에 맞는 영국식 펍 한국에선 안 될까? 일링 브로드웨이의 드레이튼 코트 호텔 펍의 비어가든 런던 생활이 다 좋은 게 아니다. 말동무 하나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가끔 고통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럼에도 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바로 펍(Pub)이다. 영국식 선술집 펍에 대해선 많이 들어왔지만 이제껏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 런던에 와서 그 펍을 가보게 되니 잠시 외로움도 달랠 수 있고 영국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어 좋다.나는 요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에 한 번은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다. 이러다가 맥주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 했는데... ㅎㅎ 이 펍은 시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고..

영국이야기 19 UCL에서 제러미 벤담을 만나다

영국이야기 19 UCL에서 제러미 벤담을 만나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 제러미 벤담을 이렇게 만났다. UCL 본관에서. 런던에 오면서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꼭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 있었다. 러셀이 태어나기 한 세기 전(정확하게는 124년 전)에 태어난 철학자 제러미 벤담(1748-1832)이다.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게 공리주의의 정수인 바, 철학자 벤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공리주의 철학에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ㅡ공리주의는 소수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대다수의 행복만 추구하니 거기에서 소외되는 최소의 소수자는 불행해질 가능성이 ..

영국이야기 18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

영국이야기 18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과 함께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런던 국제 사무국 앞에서 영국이야기를 하면서 이 친구 이야기를 뺄 순 없다. 콜라월레 올라니안(약칭 콜라).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법률가로 현재 엠네스티 인터네셔녈(국제사면위원회) 국제사무국의 선임 법률자문관이자 저명한 국제인권법 학자다. 그의 최근 저서 (Corruption and Human Rights in Africa)은 부패와 인권과의 관계를 규명하고 인권적 측면에서 해결책을 접근한 책으로 학계에서 주목 받는 책이다. 그에 의하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패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법률적 책임을 지울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이 부패는 일반 시민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영국 이야기 17(박물관4) 영국박물관 67번 방

영국이야기17(영국박물관 이야기4)영국박물관 67번 방 한국 내에 있으면 우리의 장래에 대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정치, 경제 어느 것도 제대로 굴러가질 않는다. 당장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거기에다 이젠 지진까지 일어나니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나라에 긍지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그럼에도 외국에 나오면 한국이란 나라의 달라진 위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은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영국 땅에서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는 바 없는 그 사람의 무식을 탓해야 한다. 영국박물관 67번 방 한국관아마도 한국인으로서 가장 기분 좋은 것은 유수한 박물관에서 한국 전시물을 만날 때일 것이다. 경제는 압축경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