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 38

인문명화산책(6)피테르 브뢰헬, 16세기 네덜란드 결혼식을 그리다

인문명화산책(6)[피테르 브뢰헬, 16세기 네덜란드 결혼식을 그리다] 얼마 전 어느 결혼식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피로연장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림 한 점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피테르 브뢰헬의 (1567)! 예식장 주인의 그림 안목이 여간 아니었다. 어쩜 피로연장에 저렇게 꼭 맞는 명화를 선택해 거기에 걸어두었을까. 오늘은 이 그림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한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을 두서없이 정리한 것이다. 브뢰헬은 16세기 플랑드르 지방의 농촌풍경이나 농부들의 삶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래서 그는 농부의 화가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이 그림이야말로 브뢰헬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도록 하자.우선 이 피로연이..

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인문명화산책(7)[피테르 브뢰헬, 쾌락과 절제의 싸움을 그리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브라질에 갈 것이다. 거기에 가서 리우 카니발에 참가하고 싶다. ...거리를 꽉 매운 인파 속에 들어가 격렬하게 엉덩이를 놀리는 삼바 춤의 무희들과 한 바탕을 춤을 춘다. 그리고 먹고 마시면서 며칠을 딴 세상에서 살아본다. ... 한 순간의 쾌락이지만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꿈틀거리는 육체적 본능이다. 피테르 브뤼헬, ‘사육제와 사순절 사이의 싸움’, 1559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1년 열 두 달 뭐 하나 즐거운 때가 없다. 개인적으로야 간간히 그런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회 전체가 즐기는 문화행사가 없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떠나 모든 사..

인문명화산책(8) 16년간의 기다림, 그녀를 만나다

인문명화산책(8)[16년간의 기다림, 그녀를 만나다] 내가 그녀를 알 게 된 것은 2000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때서야 그녀를 알게 된 것이 나로선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 앞을 몇 달간이나 매일같이 지나쳤음에도 나는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다. 이 그림이야 워낙 유명하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상? 그저 조용히 계속 보고 있으면 된다. 눈을 보라, 입술을 보라 그리고 반짝이는 귀고리를 보라... 바로 이 소녀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대표작 의 주인공이다. 지금 그 소녀는 헤이그 마우리츠후이스(Maurishuis) 미술관에 거하면서 수많은 팬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그 미술관은 대형미술관은 아니지만 이 한 점의 보물—거기엔 또 다른 베르메르의 역작..

추억의 사진-칼레의 시민

오늘 사진은 로댕의 이다.일본 동경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 입구에서 찍은 것이다.로댕, 누구나 아는 프랑스가 나은 최고의 조각가다. 로댕의 대표작 두 개만 들라면 하나가 , 또 하나가 일 것이다.칼레는 도버해협 근처의 프랑스 도시다. 칼레는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백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영국은 단기간 내로 칼레를 함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공격을 해도 이 조그만 도시는 무너지지 않고 집요하게 항거했다. 결국 이 도시는 함락되었지만 영국왕의 분노는 극에 달해 시민을 다 죽이기로 했다. 다만 시민을 대신하여 죽겠다는 사람 6인만 나타나면 도시를 살린다고 했다.그때 이 도시의 변호사 등 명망가들이 목에 밧줄을 감고 죽기를 자원한다. 그래서 칼레는 파괴..

인문명화산책(9)죽어가는 왕비도, 황제의 대관식도 그린 변절자 루이 다비드

인문명화산책(9)[죽어가는 왕비도, 황제의 대관식도 그린 변절자 루이 다비드] 학기 중이라 시간이 걸리는 글을 쓰지 못했다. 일요일 잠시 시간을 내 연재하던 명화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짐을 한다. 양심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 진보적인 사람이 되어서 사회, 국가,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맹세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은 퇴색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급기야 전혀 딴판의 인간이 되고 만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생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조 있는 인물을 구한다. 나는 비록 배신자가 된다고 해도 우리를 이끄는 바로 그 사람만은 신념을 갖고 살길 바란다. 그 사람이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혹독하게 그를 변절자라고 ..

로댕보다 10배나 뛰어나고 100배나 훌륭한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

오늘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구스타프 비겔란, 노르웨이가 낳은 천재 조각가 이야기다.이러저러한 이유로 여행을 자주한다. 그럴 때마다 이름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르게 되는데, 최근 몇 년 이내로 박물관도 아니고 미술관도 아닌 데에서 큰 감명을 받은 곳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이었다.이곳은 비겔란이라는 조각가가 30여년에 걸쳐 만든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원이다.비겔란, 그는 젊어서 프랑스 유학을 통해 로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그는 한마디로 청출어람, 로댕을 압도하는 조각가다. 10배나 뛰어나고, 100배나 훌륭한 예술가이다.로댕은 예술성에서는 천재적이었지만 작품의 사회성에서는 크게 내세울게 없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비겔란은 예술성에서도 천재적..

미륵반가사유상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랠 때, 나는 그림을, 사진을 본다.내 컴퓨터 속에 보관된 수천, 수만 의 사진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조금 마음이 정리된다. 이 살풍경의 한국 정치... 잠시 접고 사진 몇 장을 감상해 보자.국보 78호. 미륵보살의 머리에 쓴 보관이 화려하다. 일월식이라 하는데, 해와 달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보관이다. 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83호. 나는 78호보다 이것을 더 좋아한다. 일본 광륭사의 미륵보살과 너무나 흡사하다. 머리에 쓴 관은 아주 심플하다. 중앙박묵관 소장. 국보78호와 83호가 동시에 전시되어 있다. 2015년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은 라는 불상 특별전을 하면서 이 두 국보를 동시에 전시했다. 이런 전시는 11년만이라고 한다. 위 두 미륵반가사유상은 대한민..

이쾌대 전을 관람하고

이쾌대 전을 관람하고 비가 그치니 더위가 보통이 아닙니다. 일요일 오전, 시간을 내서, 덕수궁 현대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라도 가고 싶었던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이쾌대 전. 이쾌대(1913-미상).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오래 동안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쾌대야말로 백남준과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의 화가입니다. 이 말은 제 말이 아니라 전시회 도록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가끔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이쾌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30-40년대 그가 그린 유화, 드로잉, 편지 및 유품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월북작가이면서도 이 정도의 작품과 유품이 남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사랑하는 처 유갑봉과 자녀들의 공입니다. 유갑봉은 한..